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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민속학의 형성과 전개

by 정성 글 2024. 3. 28.

한국 민속학

 

한국 민속학의 형성과 전개

한국 민속학의 형성

한국 민속학의 뿌리로 18세기 실학을 소급하는 견해도 있지만, 근대 학문으로서 민속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1920∼30년대이다. 1927년 5월에 발간된 『계명(啓明)』 19호에 최남선의 「살만교차기(薩滿敎箚記)」와 이능화의 「조선무속고(朝鮮巫俗考)」와 같은 민속학적 연구 논고가 게재되었다. 이듬해인 1928년에는 최남선의 「불함문화론(不咸文化論)」이 발표되었으며, 손진태 · 송석하 등 한국 민속학의 개척자들이 등장하였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시작된 민속학 연구는 사상적으로 ‘문화민족주의’에 기반했으며, 민족의 특성과 정신을 해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했다.

1932년 송석하 · 손진태 · 정인섭 등은 ‘ 조선민속학회’를 창립하고, 1933년 학회지 『조선민속』을 창간하였다. 『조선민속』 1, 2호는 송석하가, 3호는 이마무라 도모[今村鞆]의 고희 기념으로 아키바 다카시[秋葉隆]가 발행했다. 송석하는 현장 조사를 강조했으며 무엇보다 민속 자료의 조사 · 발굴 · 보존에 기여했다. 또한, 송석하가 1934년에 발표한 「민속학은 무엇인가」, 1936년에 발표한 「초기민속학의 연구영역과 대상」 등은 한국 민속학의 성립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한편 손진태는 한국 민속학의 연구 영역과 방법의 체계화에 중요한 업적을 쌓았다. 하지만 1940년 『조선민속』이 폐간되고, 1948년 송석하의 죽음은 조선민속학회의 지속 동력을 잃게 했다.

한국 민속학의 전개

광복 이후 한국 민속학은 학회 활동과 박물관 건립을 중심으로 시작했다. 1946년 최상수는 ‘전설학회’를 창립했다. 이 학회는 1954년 ‘ 한국민속학회’로 개칭했으며, 1957년 학회지 『민속학보』를 창간했다. 하지만 최상수 1인이 중심이 된 『민속학보』는 1958년 2집을 끝으로 더 이상 발간되지 않았다. 1957년에는 국어국문학회 내에 민속분과가 설치되었고, 1958년에는 임석재 · 임동권 · 이두현 · 김동욱 등에 의해 ‘ 한국문화인류학회’가 창립되었다. 초창기 한국문화인류학회에서는 민속학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으나, 민속학과 문화인류학은 점차 연구의 대상과 방향성에 견해 차이를 나타내게 되었다.

전통문화 정책과 실천

1960년대부터는 전통문화에 대한 국가의 관심과 정책적 실천과 맞물려 민속학 연구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1961년부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가 연례적으로 개최되었으며, 1963년에는 문화재관리국이 설치되었다. 문화재관리국은 중요무형문화재를 연차적으로 지정했으며, 1967년부터 ‘전국민속종합조사’에 착수하였다. 이 사업들은 국가의 정책적 필요에 의한 민속학의 동원이라는 측면에서 현재 민속학계에서 비판 대상이 되기도 하지만, 민속학의 저변 확대 및 학문적 발달에 중요한 계기가 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969년에는 임동권 · 홍윤식 · 최길성 · 김태곤 · 김선풍 등의 발기로 ‘한국민속학회’가 창립되었으며, 같은 해 학회지 『한국민속학』이 창간되었다.

민속학의 제도화

1970년대는 민속학의 제도화와 독립 학문으로서 위상이 강화된 시기이다. 1974년에는 이두현 · 장주근 · 이광규에 의해 『한국민속학개설』이 출판되었다. 1975년에는 ‘ 국립민속박물관’, 1978년에는 사립 ‘ 온양민속박물관’이 설립되어 민속자료의 수집과 연구, 전시와 보존이 체계화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민속학 관련 학과나 연구소의 설립이 활발했던 것도 1970년대의 성과이다. 원광대학교 민속학연구소(1971), 명지대학교 동북아시아민속학연구소(1976), 동아대학교 한국민속문화연구소(1978), 경희대학교 민속학연구소(1979) 등이 1970년대 설립되어, 민속학이 제도화된 학문으로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1979년에는 국립안동대학교에 ‘민속학과’가 독립 학과로서 개설되었으며, 이후 대학원 석 · 박사과정이 차례로 설치되었다. 민속학을 학부에서부터 대학원까지 체계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또한 한국학중앙연구원(당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에서는 1982년 사회민속학과(사회학 · 민속학)가 설립되어, 민속학 석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1983년에는 민속의 국제적 비교 연구를 표방한 ‘ 비교민속학회’가 설립되었고, 1985년 학회지인 『비교민속학』을 창간하였다.

반체제 운동

한편, 1970∼80년대 대학을 중심으로 권위주의적 군사 정부에 대항한 반체제 운동이 광범위하게 전개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민중 문화의 상징으로서 무속 의례를 비롯한 민속이나 전통의 재발견, 재구성이 활발하게 이뤄졌다. 각 대학에서는 탈춤동아리나 풍물패가 결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했으며, 대학마다 ‘민속연구회’가 결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서, 또한 민중 문화의 재발견이라는 측면에서 민속이나 전통을 강조 · 부각하는 모습이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탈춤, 풍물, 민요, 무속 등에 관한 민속학적 관심과 연구가 증가하기도 했다.

한국 역사 민속 학회

1990년에는 당시 진보적인 소장 학자들의 주도로 ‘한국역사민속학회’가 설립되었다. ‘역사과학으로서의 민속학’을 표방한 한국역사민속학회는 1990년 『역사 속의 민중과 민속』을 출간하였으며, 1991년부터 학회지인 『역사민속학』을 창간하여 현재까지 이어 오고 있다. 1997년 12월에는 안동대학교 민속학과를 중심으로 ‘실천민속학회’가 창립되었다. 실천민속학회는 현재학으로서의 민속학과 학문의 실천성을 강조하며, 학회지인 『실천민속학연구』를 1999년부터 발간해 왔다. 또한, 1997년에는 중앙대학교에 민속학과가 설립되었으나, 2013년 대학 당국의 구조 조정에 의해 폐과되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면서 민속학 관련 학회의 연합체인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가 결성되었다. 2004년 제1회 민속학자대회 조직위원회에는 강원도민속학회, 남도민속학회, 비교민속학회, 실천민속학회, 판소리학회, 한국구비문학회, 한국무속학회, 한국민속학회, 한국민요학회 등 9개 민속학 관련 학회가 참여했다. 2008년부터 한국민속학술단체연합회는 국립민속박물관 및 지자체와 함께 ‘지방민속문화의 해’를 기획하고, 매년 지역을 옮겨 가며 학술 대회를 개최해 왔다. 이러한 학술 대회를 통해 ‘지역문화 창출’, ‘무형문화유산의 보존과 전승’, ‘다문화사회’, ‘글로벌문화’, ‘민속문화정책’ 등을 주제로 21세기 민속학의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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