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 글 2025. 2. 23. 10:31

미국 이민 생활 경험

 

한국에서 가져온 퇴직금 7천만 원이 불과 2년 만에 거의 다 거덜 나고 여기서 영주권 절차를 위해 만난 여자 집에서 간신히 몸만 얹혀살고 있다고 했다.

웬만하면 이 추운 며칠간이라도 자기 집에서 같이 지내면 좋을 텐데,

지금 사는 여자 집에 식구도 많고 자기도 얹혀사는 처지라 그럴 수 없다며 미안하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자기는 저녁에 여기서 차로 30여 분 거리에 있는 7.11 편의점에서 일하는데, 운전을 못 해 버스를 타고 다닌다고 해, 그 말끝에 그러면 내가 직장까지 내 차로 태워 드릴 테니 저녁에 같이 가자고 했다.

 

내가 노숙하는 애난데일 7.11 편의점 가게 앞 주차장은, 미국 거대 잡화 가맹점 자이언츠와 주차장을 함께 사용하고 있어 저녁이면 경찰차들이 주기적으로 순찰해서 조심스럽고 불안했다.

그날 새벽처럼 밤늦게 흑인들과 남미인들이 떼 지어 몰려다녀서 늘 긴장되고 불안해서 잠을 못 잤다.

그 형님 일하는 7.11 편의점 주차장에 주차하면 그래도 좀 편안한 마음이 들어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종석이 형님도 버스 타고 가려면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한참 걸어가야 하고,

또 직장까지 가는 버스가 자주 다니지도 않아 한 시간여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지겹다며, 그렇게 해주면야 자기는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렇게 둘이 합의가 돼, 나는 그날부터 종석이 형님 일하는 날에는 내 차를 태워 출퇴근을 해주고, 그 형님이 일하는 7.11 편의점 주차장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게 됐다.

 

7.11 편의점 주차장 한쪽 구석에 차를 주차해 놓고 밤을 지내니 생각대로 애난데일 자이언츠 몰 주차장보다는 훨씬 편하고 좋았다. 큰길 옆이라 차 다니는 소음이 귀에 많이 거슬리기는 했지만, 일단 마음이 편해서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아는 사람이 바로 앞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에 심적으로 안정이 되어 그런지 잠깐씩 자는 쪽잠이라도 깊게 잘 수 있었다.

좋기는 종석이 형님도 마찬가지였다.

종석이 형님은 7.11 편의점 계산대를 맡고 있었다.

편의점 내 커피 끓이는 일이며, 물건 팔려 빈 진열대에는 창고에서 갖다 채우는 일을 하며, 종석이 형님을 보조해 주는 베트남 사람이 새벽 네 시면 퇴근했다.

 

아침 7시쯤 교대 자가 올 때까지는 3시간은 혼자 일해서 늘 불안했다고 했다.

남미나 흑인 청년들이 밤늦게까지 모여 놀다가 서너 명이 떼 지어 우르르 몰려와서는 가게에 혼자 일하는 것을 보고는 돌변해서는, 그중 한 사람이 물건값 계산대 앞에서 가게 물건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 척 말을 시킨다고 했다.

묻는 말에 대답해 주느라 정신이 팔린 사이 다른 사람들은 맥주 등 자기들이 필요한 물건들을 들고 물건값도 안 내고 뻔뻔스럽게 출입문을 통해 유유히 걸어 나간다고 했다.

혼자 근무해 어떻게 제지할 수 없다고 했다.

7.11 편의점 가게 매니저도 그런 경우에는 섣불리 대응하지 말고 그냥 놔두라 한다고 했다.

그런 막무가내 절도 행위를 혼자 막으려다 큰 부상이라도 당하면 더 골치 아프고 물건은 결손 처리하면 되니, 괜히 혼자 무리하게 방어 행동을 하다 피차간 크게 다치기라도 하면 일이 더 커지니 그냥 놔두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스갯소리 삼아 하는 말이 한창 물불 안 가릴 젊은 놈들,

덩치가 산적같이 큰 놈들을, 자기처럼 왜소한 몸으로는 그들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고, 그들의 물건 강탈 행동을 혼자 막으려다 몸이라도 다치면 자기만 손해라는 것이었다.

그럴 땐 속으로 그런다고 했다.

“에라, 이 나쁜 놈들아! 나도 모르겠다, 너희 나라 것이니 너희 맘대로 잘 먹고 잘살아라.”하며 그냥 모르는 척한다고 했다. 거기까지는 괜찮은데 얼마 전부터 자기 혼자 있는 새벽 시간을 염두에 두고 덩치가 크고 인상이 우락부락한 흑인 서넛이 떼 지어 들이닥친다고 했다.

어떤 때 그들이 마약에 취해 횡설수설하면, *약에 취한 몽롱한 상태에서 어떤 충동적인 행동을 할지 몰라, 무섬증 나 가슴이 콩닥거린다고 했다.

 

그래서 조만간 7.11 편의점 밤 일을 그만두려고 하던 차에 요즘은 내가 밖에 있으니, 자기도 내심 든든한 감이 들며 안심이 된다고 했다. 누이 좋고 매부 좋고였다.

내가 또 좋은 것은 7.11 편의점 규정에 유효기간이 지난 물건은 즉시 폐기 처분한다고 했다.

유효기간이 지난 식품을 실수로 손님에게 팔았다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7.11 편의점 평판에 큰 타격을 입을뿐더러 막대한 손해 배상이 뒤따른다고 했다.

그래서 유효기간이 지난 식품은 그 즉시 7.11 편의점 내 비치된 대형 덤프 쓰레기통에 버린다고 했다.

그래서 금방 먹기에는 아무 탈이 없는 유효기간 지난 식품들을 많이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그 당시 차 연료비가 없어 차를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웠다.

먹는 것이 시원찮아 늘 허기진 상태로 지내던 차에 유효기간 지난 빵 종류 간식거리가 고정적으로 생겨 반갑기 그지없었다. 어떤 날은 빵, 핫도그, 도넛, 깡통에 담긴 소시지들이 물건 담는 제법 큰 노란 봉투로 가득 두 봉투쯤 되어 차 트렁크 뒤쪽에 놓고 매일 조금씩 먹었다.

겨울이라 쉽게 상하지도 않아 며칠 후까지 먹어도 배탈은커녕 굶주림과 추위에 떨며 고생하던 몸이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자 점차로 몸은 회복되어 가뿐해지고 있었다.

그 형님이 일이 끝나면 저녁내 일해 피곤해하는 형님을 내 차로 다시 집에다 태워다 주었다., 그렇게라도 그 형님이 밤일하는 날이면 덜 심심한데,

일주일에 일을 안 하는 이틀은 하루 종일 아무 할 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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